어지럼증·이명

만성어지럼증 검사 정상인데 왜 어지럼은 계속되는 걸까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 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 변박사한의원
원장 소개 →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고 “정상입니다”라는 말을 들은 뒤에도
어지럼이 사라지지 않는 경험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귀는 문제가 없고, 뇌 영상도 깨끗한데
몸은 여전히 흔들리는 느낌, 붕 뜨는 느낌, 시야가 흔들리는 느낌을 호소하죠.

이 상태는 꾀병이거나 심리적 문제가 아닙니다.
검사에서 잡히지 않는 구조적 변화가 신경계 안에 자리 잡은 결과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그 기전을 단계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검사에 이상이 없어도 뇌 회로의 과민 상태는 분명히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전정기관이 회복돼도 어지럼이 남는 이유

어지럼증의 첫 출발은 대개 귀, 즉 전정기관의 이상입니다.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처럼 귀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대표적이죠.

처음 어지럼이 왔을 때 뇌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가 됩니다.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세 가지 감각, 즉 귀·눈·발바닥의 압력 신호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뇌는 충돌하는 신호를 처리하느라
전정 관련 회로를 극도로 민감하게 가동시킵니다.
마치 화재경보기를 최고 감도로 올려놓은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귀가 회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뇌는 다시 평온해질까요.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전정보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뇌가 스스로 교정하고 안정을 되찾죠.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경보 감도가 낮아지지 않습니다.
귀의 문제는 해결됐는데, 뇌의 민감도는 그대로 유지되는 상태.
바로 이 지점에서 만성어지럼증이 시작됩니다.

뇌가 어지럼 신호를 계속 켜두는 구조

이 상태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 중추 감작입니다.
뇌와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가 지속적인 자극을 받다 보면
신경 회로 자체가 낮은 역치에서도 반응하도록 재설정됩니다.

쉽게 말하면, 작은 신호에도 크게 반응하는 신경 상태로 굳어지는 겁니다.

전정 회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동안 어지럼 신호를 반복적으로 처리하다 보면
그 회로는 외부 자극이 없어도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 상태가 바로 지속성 자세-지각 어지럼증,
흔히 PPPD라고 불리는 만성어지럼증의 실체입니다.

특징적인 것은 움직임, 시각 자극, 혼잡한 공간에서 증상이 심해진다는 점입니다.
귀에 병이 있어서 어지러운 게 아니라,
뇌가 그 자극들을 ‘위협’으로 과도하게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신경계도 이 과정에 깊이 관여합니다.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
전정 회로의 과민 상태는 더 오래, 더 강하게 유지됩니다.

스트레스나 불안이 어지럼을 악화시킨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신경계가 실제로 연결된 방식 때문입니다.

검사에는 왜 안 잡히는 걸까

많은 분들이 “검사에서 정상이라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현재 통용되는 전정 기능 검사들은
귀의 이상 여부, 소뇌나 뇌간의 구조적 병변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뇌 회로의 과민 상태, 즉 중추 감작은 구조적 이상이 아니라 기능적 변화이기 때문에
일반 영상 검사나 전정 기능 검사로는 잡히지 않습니다.

이것이 “검사는 정상인데 어지럼은 계속된다”는 상황의 핵심 이유입니다.

전정보상이 완전히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하는 기능적 검사,
시각-전정 불일치 반응, 자율신경 기능 등을 함께 들여다봐야
비로소 이 상태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어지럼이 남아있다면 그 신호는 여전히 의미 있는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검사가 정상이라는 것과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같은 만성어지럼증이라도 회로가 굳어진 고리는 사람마다 다르게 풀립니다.

만성어지럼증, 고착되기 전에 구조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추 감작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오래갑니다.
회로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될수록, 그 패턴은 더 단단하게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영구불변한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신경계는 변화에 열려 있는 구조입니다.
회로가 굳는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방식으로 개입하면 다시 재조정되는 방향으로도 움직입니다.

이미 오래된 어지럼을 갖고 있는 분들이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지럼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증상을 억누르는 방향이 아니라,
과민해진 회로가 왜 재설정되지 못했는지를 묻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만성어지럼증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는데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이유가 뭔가요?

A. 전정기관이나 뇌 구조에 이상이 없어도, 뇌의 신경 회로가 과민 상태로 재설정된 경우 어지럼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를 중추 감작이라고 하며, 이 상태는 일반 검사로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Q. PPPD와 일반 어지럼증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일반적인 어지럼증은 귀나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발생하지만, PPPD는 그 원인이 해소된 뒤에도 뇌의 균형 회로가 과민 상태를 유지하며 생기는 만성 어지럼증입니다. 움직임이나 시각 자극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Q. 어지럼증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심해지는 이유가 있나요?

A. 교감신경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 전정 회로의 과민 상태가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됩니다. 스트레스와 어지럼증이 연결되는 것은 심리적 이유가 아니라 자율신경과 전정계가 실제로 연결된 구조 때문입니다.

Q.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이후에 어지럼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은가요?

A. 전정기관의 문제가 해결된 뒤 대부분은 전정보상을 통해 회복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정보상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거나, 뇌 회로의 민감도가 그대로 남아 만성어지럼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Q. 만성어지럼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낫기도 하나요?

A. 중추 감작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는 특별한 개입 없이 자연 회복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왜 회로가 재조정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경과에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