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뇌신경

편두통 약 먹어도 반복되는 이유, 예방약까지 써야 하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 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 변박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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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으면 분명히 통증은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또 시작됩니다.

이번엔 조금 더 빨리 왔고,
지난번보다 조금 더 아픕니다.

편두통이 반복되는 건 약이 나쁜 게 아닙니다.
문제는 약이 작용하는 지점과,
편두통이 반복되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왜 먹을 때는 낫다가 또 오는지,
그리고 예방 치료가 어느 시점에 필요해지는지,
그 구조를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약이 통증을 꺼도, 뇌가 예민해진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급성기 약이 하는 일, 그리고 못 하는 일

편두통이 시작되면 뇌혈관 주변의 신경이 흥분하면서
통증 신호를 내보내기 시작합니다.

이때 쓰는 급성기 약은
이 신호를 차단하거나 혈관을 수축시켜
통증의 불을 꺼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잘 듣는 약을 제때 먹으면
통증은 빠르게 줄어들죠.

그런데 이 약이 차단하는 건 ‘지금 이 순간의 신호’입니다.
뇌가 왜 그 신호를 보냈는지,
얼마나 예민해져 있는지는 건드리지 못합니다.

편두통의 근본 문제는 뇌의 흥분 역치,
즉 얼마나 작은 자극에도 통증이 켜지느냐에 있습니다.
이 역치가 낮아질수록
더 사소한 자극에도 발작이 시작됩니다.

급성기 약은 역치를 올려주지 않습니다.
켜진 불을 끄는 약이지,
불이 켜지지 않게 막는 약이 아닌 겁니다.

반복될수록 뇌가 바뀐다 — 중추 감작의 누적

편두통이 한 번 올 때마다
뇌의 통증 처리 회로는 조금씩 더 예민해집니다.

이걸 ‘중추 감작’이라고 부릅니다.
주변의 신경이 반복적으로 흥분하면
뇌 중심부의 통증 조절 기능이 점점 무뎌지고,
더 약한 자극에도 더 강한 통증을 만들어내는 상태가 됩니다.

중추 감작이 쌓이면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첫째, 발작 빈도가 늘어납니다.
한 달에 한 번이던 게 두 번이 되고,
나중엔 일주일에 한 번이 됩니다.

둘째, 급성기 약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같은 약을 먹어도 통증이 덜 잡히거나
더 오래 지속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약을 자주 먹을수록
이 감작이 더 빠르게 쌓인다는 겁니다.

월 10회 이상 급성기 약을 복용하면
뇌의 통증 억제 시스템이 역으로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약물 과용 두통’이라고 부르는데,
먹을수록 더 자주 아파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즉 급성기 약을 반복해서 많이 쓰는 것 자체가
감작을 가속하는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예방 치료로 방향을 바꿔야 하는 기준

그렇다면 예방 치료는 언제 필요한 걸까요?

일반적으로 한 달에 4일 이상 편두통 발작이 있거나,
급성기 약을 자주 써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때
예방 치료를 고려하는 기준이 됩니다.

예방 치료의 목표는 통증을 끄는 게 아니라
뇌의 흥분 역치 자체를 올리는 것입니다.

역치가 올라가면 같은 자극이 와도
발작이 시작되지 않거나,
시작되더라도 훨씬 가볍게 지나갑니다.

이 방향의 치료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보통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립니다.
빠른 통증 차단이 아니라
뇌의 반응 패턴을 서서히 바꾸는 접근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예방 치료가 단순히 ‘더 강한 약’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급성기 약이 결과를 다루는 방식이라면,
예방 치료는 원인이 되는 구조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같은 편두통처럼 보여도
어떤 자극이 역치를 낮추고 있는지,
수면·스트레스·호르몬·식습관 중
어떤 요소가 주된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접근 방향은 달라집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같은 편두통이라도 역치를 낮추는 고리는 사람마다 다르게 얽혀 있습니다.

편두통을 다르게 볼 때 달라지는 것들

편두통이 ‘반복되는 두통’처럼 느껴지는 건
매번 불을 끄는 것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불이 왜 자꾸 켜지는지,
역치를 낮추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보기 시작하면
같은 증상도 다른 방식으로 읽힙니다.

중추 감작은 누적되지만,
반대로 적절한 접근을 통해 역치를 회복하는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편두통은 운명처럼 정해진 체질이 아닙니다.

뇌의 흥분 상태는 고정된 게 아니라
어떤 자극이 들어오고, 어떤 조건이 쌓이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조절되는 구조입니다.

약을 먹어도 반복된다면,
지금 다루고 있는 지점이 맞는 지점인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편두통 약을 먹으면 낫는데 왜 자꾸 재발하나요?

A. 급성기 약은 지금 발생한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뇌가 얼마나 예민해져 있는지, 즉 흥분 역치 자체는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 만들어지면 발작이 반복됩니다.

Q. 편두통 발작 빈도가 늘어나는 이유가 뭔가요?

A. 편두통이 반복될수록 뇌의 통증 처리 회로가 점점 예민해지는 중추 감작이 누적됩니다. 이 상태가 쌓이면 더 작은 자극에도 발작이 시작되고, 한 달에 오는 횟수가 서서히 늘어나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Q. 약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두통이 더 심해진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A. 급성기 약을 월 10회 이상 반복 복용하면 뇌의 통증 억제 시스템이 역으로 약화되어 약물 과용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약을 먹을수록 두통이 더 자주 생기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복용 빈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편두통 예방약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나요?

A. 예방 치료는 통증이 생겼을 때 끄는 방식이 아니라, 뇌의 흥분 역치 자체를 높여서 발작이 시작되기 어려운 상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리는 이유도 뇌의 반응 패턴을 서서히 바꾸는 접근이기 때문입니다.

Q. 편두통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약 말고 또 뭐가 있나요?

A.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식습관 등이 뇌의 흥분 역치를 낮추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편두통이라도 어떤 요소가 주된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접근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별 유발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