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아

신봉동 생리통 심한데 초음파 이상 없다는 말이 더 답답한 이유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 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 변박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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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상 이상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통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막막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매달 쓰러질 것 같은 통증인데,
검사에는 아무것도 안 나온다는 말이
“그럼 내 고통은 가짜란 건가”로 들리기 때문이죠.

그 통증은 가짜가 아닙니다.
다만, 원인이 자궁이나 난소 같은 구조적 병변에 있는 게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신경 시스템 자체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검사에 안 잡혀도, 예민해진 통증 회로는 분명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통증은 ‘조직 손상의 크기’와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더 아프면 더 많이 망가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증의 세기는 조직 상태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통증 신호는 말초 수용체에서 출발해
척수를 거쳐 뇌에서 최종적으로 ‘통증’으로 인식됩니다.
이 경로 어디서든 증폭이 일어나면,
자궁에 기질적 문제가 없어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어요.

말초 감작이란, 자궁 주변의 통증 수용체가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역치가 낮아진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원래라면 ‘살짝 불편한’ 정도의 자극에도
수용체가 “이건 극심한 통증”이라고 과장해서 신호를 보내게 되는 거죠.

생리 때마다 자궁이 수축하면서 분비되는 염증 매개 물질들이
이 수용체들을 반복해서 자극합니다.
몇 번, 몇 년이 쌓이면 수용체는 점점 더 예민해집니다.

뇌와 척수가 통증을 ‘증폭’하는 방식

말초에서 시작된 예민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추 신경계로 번져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중추 감작입니다.

중추 감작 상태에서는 척수와 뇌 자체가
통증 신호를 과도하게 처리하도록 재편됩니다.

정상적이라면 억제되어야 할 신호들이 억제되지 않고,
약한 신호도 강하게 확대되어 인식됩니다.

이렇게 되면 생리통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통증이 자궁에만 국한되지 않고
허리, 허벅지, 아랫배 전체로 퍼지거나,
생리 기간 외에도 골반 쪽이 묵직하게 느껴지거나,
평소에 괜찮던 자극에도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초음파로 잡히는 건 자궁과 난소의 형태입니다.
신경 회로의 민감도는 영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상 없어요”라는 말과
매달 겪는 극심한 통증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는 겁니다.

왜 반복될수록 더 심해지는가

처음엔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해가 갈수록 생리통이 나빠졌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반복적인 통증 신호는 척수의 신경 세포들을
점점 더 흥분하기 쉬운 상태로 만듭니다.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은 줄고,
흥분성 물질의 활동은 늘어나는 쪽으로 균형이 이동합니다.

통증이 반복되면 통증에 더 취약한 회로가 만들어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수면 부족이나 만성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이 민감화는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수면 중에는 통증 억제 물질이 분비되는데,
잠이 부족하면 이 억제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통증 수용체의 역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생리통의 심각도는
자궁의 상태만이 아니라,
신경계 전반의 민감도와 억제 기능의 균형으로 결정됩니다.
이 관계를 보지 않으면, 매달 진통제로 버티는 것 외에
다른 접근이 열리지 않습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같은 생리통이라도, 신경 민감화의 깊이는 사람마다 다르게 쌓입니다.

통증의 구조를 알면 다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자궁에 문제가 없다는 건 사실 나쁜 소식이 아닙니다.
구조적 병변이 없다는 건,
지금의 통증이 신경 회로의 민감도 문제라는 뜻이고,
신경계의 민감도는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말초 수용체의 역치는 환경에 따라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합니다.
중추 감작도 조건이 바뀌면 서서히 완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통증 자체를 억누르는 것과
통증 회로의 민감도를 조율하는 것이 다른 접근이라는 점입니다.

매달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줄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방법이 신호를 차단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로 자체의 민감도를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이 달라질 때,
같은 몸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검사에 이상이 없다는 말이 끝이 아닙니다.
그 말은 오히려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읽혀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음파 정상인데 생리통이 극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통증의 세기는 조직 손상의 크기와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자궁 주변의 통증 수용체가 반복 자극으로 예민해지거나, 척수와 뇌가 통증 신호를 과도하게 처리하는 중추 감작 상태에서는 구조적 이상이 없어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생리통이 해마다 심해지는 건 왜 그런가요?

A. 반복적인 통증 신호는 척수 신경세포를 점점 더 흥분하기 쉬운 상태로 만듭니다. 통증이 반복될수록 통증에 취약한 신경 회로가 형성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작은 자극에도 더 강하게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생리통이 허리나 허벅지까지 퍼지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A. 중추 감작이 진행되면 통증이 자궁 한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이는 척수와 뇌의 통증 처리 회로가 과민화된 결과로, 자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신경계 전반의 민감도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가 생리통에도 영향을 주나요?

A. 수면 중에는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잠이 부족하면 이 억제 기능이 약해집니다. 스트레스 호르몬도 통증 수용체의 역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는 생리통 민감화를 가속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Q. 진통제를 먹어도 생리통이 잘 안 잡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진통제는 통증 신호 자체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신경 회로의 민감도 자체가 높아진 상태라면, 신호를 막아도 회로의 과민화는 그대로 남아 있어 효과가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