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이 올 때마다 약을 먹으면 분명 낫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또 옵니다.
약이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약이 해결하는 것과 재발의 원인이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약의 용량이 늘어나고 복용 빈도가 높아지는데도
편두통은 점점 더 자주, 더 강하게 돌아오는 흐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뇌와 신경의 변화 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편두통 약이 통증을 끊어도, 과민해진 뇌의 상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약은 통증 신호를 끊는 것이지, 원인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편두통에 많이 쓰이는 트립탄 계열 약물은
뇌혈관 주변의 신경 말단에서 염증성 물질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고,
확장된 혈관을 수축시켜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고리를 끊습니다.
작용 자체는 매우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편두통 발작 초기에 복용하면 1~2시간 안에 증상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약이 끊은 것은 ‘이번 발작의 통증 신호’일 뿐,
뇌가 이미 그 통증에 민감해진 상태, 즉 중추 감작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중추 감작이란, 반복적인 자극을 경험한 뇌 신경계가
정상적인 자극에도 통증으로 반응하도록 역치가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편두통을 자주 겪을수록 이 역치는 점점 낮아집니다.
처음에는 특정 조건이 맞아야 두통이 시작됐다면,
나중에는 날씨 변화나 수면 부족 같은 아주 작은 자극에도 발작이 유발되는 겁니다.
트립탄은 역치를 되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을 끊은 직후부터, 낮아진 역치 위에서 다음 발작이 준비되기 시작합니다.
재발이 빨라지는 구조, 약물 과용 두통까지
중추 감작이 형성된 상태에서 진통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깁니다.
뇌가 약물에 의해 통증이 억제되는 상황에 적응하면서,
약 기운이 빠지는 타이밍에 통증 신호를 더 강하게 발생시키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것이 ‘약물 과용 두통’의 기전입니다.
월 10일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약물 과용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이미 편두통과 약물 과용 두통이 섞여 있어서,
어디까지가 원래 편두통이고 어디서부터가 약에 의한 두통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재발 간격은 짧아지고, 약을 안 먹으면 버티기 힘들고,
먹으면 그때만 낫는 사이클이 점점 촘촘해집니다.
이 사이클은 약을 더 잘 선택한다고 해서 끊어지지 않습니다.
문제의 층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재발 사이클을 바꾸려면 어디를 봐야 할까요
편두통이 반복되는 사람들을 보면
발작 자체보다 발작 사이의 상태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두통이 없는 날에도 뇌는 이미 높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면의 질이 낮거나, 자율신경계가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목과 어깨의 근막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배경 긴장이 높으면, 아주 작은 자극에도 역치를 넘어버립니다.
발작이 잦은 사람일수록 이 배경 상태가 더 불안정한 경향이 있습니다.
즉, 편두통 재발을 줄이려면
발작이 왔을 때 어떻게 끄느냐보다
발작이 오지 않는 날에 뇌와 신경계의 배경 상태를 어떻게 안정시키느냐가
핵심 질문이 됩니다.
수면, 식이, 경추와 근막의 긴장 패턴, 스트레스 반응 방식은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이것들이 서로 얽혀서 중추 감작의 수위를 결정합니다.
목과 머리 기저부의 근막 긴장이 지속되면
삼차신경과 경추 신경이 만나는 부위가 만성적으로 자극을 받습니다.
이 자극 자체가 발작의 역치를 낮추는 배경이 됩니다.
수면의 질이 낮으면 야간의 신경계 회복이 불충분해져서
다음 날 감작 수위가 그대로 높게 시작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지속되면, 뇌는 쉬는 날 없이 자극받는 셈입니다.
재발 간격이 짧아진다면, 발작 없는 날의 신경계 상태를 먼저 봐야 합니다.
사이클이 고정된 것처럼 느껴질 때
편두통이 수년 이상 반복된 분들은
“이게 내 체질인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중추 감작은 구조적으로 고정된 변화가 아닙니다.
낮아진 역치는, 자극 총량이 줄어들면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가역적 변화입니다.
발작 때마다 약으로 끄는 것이 ‘화재 진압’이라면,
역치를 올리는 작업은 ‘화재가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목표도 다르고 접근 방식도 다릅니다.
재발이 반복된다는 건, 지금까지의 접근이 전자에만 집중됐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약을 갑자기 끊거나 스스로 조절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약이 듣는다”는 것과 “편두통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이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발 사이클을 바꾸는 흐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발작이 없는 날부터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편두통 약을 먹으면 왜 그때만 낫고 또 재발하나요?
A. 트립탄이나 진통제는 이번 발작의 통증 신호를 차단하지만, 뇌 신경계가 과민해진 상태 자체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이 과민 상태가 유지되는 한, 다음 자극이 오면 다시 역치를 넘어 발작이 반복됩니다.
Q. 편두통이 점점 더 자주 오는 이유가 있나요?
A. 편두통을 반복적으로 경험할수록 뇌가 통증에 더 민감해지는 중추 감작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자극의 역치가 낮아지면 처음에는 괜찮았던 수면 부족이나 날씨 변화 같은 요인에도 두통이 유발되기 쉬워집니다.
Q. 약물 과용 두통은 어떻게 생기나요?
A. 진통제나 트립탄을 월 10일 이상, 3개월 넘게 반복 복용하면 뇌가 약물 억제 상태에 적응하면서 약 기운이 빠질 때 통증 신호를 더 강하게 만드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래 편두통과 약물에 의한 두통이 섞여 구분이 어려워집니다.
Q. 편두통 재발을 줄이려면 어떤 부분을 봐야 하나요?
A. 두통이 없는 날에도 뇌와 신경계가 높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작은 자극에도 발작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수면의 질, 목과 어깨의 근막 긴장, 자율신경의 안정 상태가 발작 역치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 배경 상태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중추 감작은 한번 생기면 되돌릴 수 없는 건가요?
A. 중추 감작은 구조적으로 고정된 변화가 아니라 가역적인 현상입니다. 뇌에 가해지는 자극의 총량이 줄어들면 낮아졌던 역치도 다시 올라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은 발작을 끄는 것과는 별개의 접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