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뇌신경

편두통 발프로산 복용 중인데 살이 찌고 멍해지는 게 계속돼야 하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 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 변박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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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예방약으로 발프로산을 처방받고 한참 복용 중인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달라진 것을 느끼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체중이 서서히 늘고,
머리가 늘 안개 낀 듯 멍합니다.
“약이 맞지 않는 건가?” 싶어도
두통 횟수는 확실히 줄었으니 그냥 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변화—
체중 증가와 인지 둔화—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발프로산이 뇌와 몸의 신호 체계에 작동하는 방식
직접 연결된 기전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편두통을 ‘예방’하는 방식이
반드시 이 경로여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편두통 신호를 억제하는 약은 뇌 전체의 흐름도 함께 눌러버립니다.

발프로산이 뇌에서 하는 일, 그리고 생기는 일

발프로산은 원래 간질 치료제입니다.
뇌 안에서 억제성 신호 물질인 가바(GABA)의 농도를 높이고,
흥분성 신호 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작용을 억제해서
과도하게 흥분하는 신경 회로를 가라앉힙니다.

편두통도 뇌 피질이 과도하게 흥분하는 상태와 관련이 있어서
이 약이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겁니다.
억제 신호를 강하게 높이면, 꼭 억제해야 할 곳만 억제되지 않습니다.
사고, 기억, 집중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까지도
같이 둔해지게 됩니다.

“머리가 멍하다”, “생각이 느리다”, “집중이 안 된다”—
이건 착각이 아닙니다.
가바 계통 전반이 과하게 억제된 결과입니다.

발프로산은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의 작용에도 영향을 줍니다.
렙틴은 뇌에 ‘배가 찼다’는 신호를 보내는 물질인데,
발프로산이 이 신호 전달을 방해하면
먹는 양이 크게 늘지 않아도 지방이 쌓이는 방향으로 대사가 바뀝니다.

또한 인슐린 감수성을 낮춰
혈당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이것이 다시 피로감과 뇌의 둔함으로 연결됩니다.

살이 찌는 것과 멍해지는 것,
사실 이 두 증상은 같은 뿌리에서 납니다.

두통은 줄었지만, 다른 회로가 눌리고 있다

편두통을 신경 회로의 과민성 문제로 보면,
발프로산은 ‘과민해진 신호를 약으로 눌러두는’ 방식입니다.

이건 일정 기간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신호 자체를 조율하는 것과,
신호가 나오지 못하게 누르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오래 누르면 어떻게 될까요?

신경계는 억제에 점점 적응합니다.
처음에는 편두통도 줄고 부작용도 견딜 만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뇌는 억제된 상태 자체를 기준으로 삼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인지 기능 저하는 더 선명해지고
약을 줄이거나 끊으려 하면 오히려 두통이 더 강하게 돌아옵니다.

이를 ‘반동 과흥분’이라고 합니다.
억제를 갑자기 거두면 눌려 있던 흥분성 신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왜 장기 복용자일수록 약을 끊기가 어려워지는지 납득이 됩니다.

발프로산의 또 다른 장기 영향은 갑상선 기능과 난소 기능에도 미칩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관련 호르몬 변화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호르몬 흐름이 흔들리면
체중 조절이 더 어려워지고,
감정과 인지의 안정성도 함께 떨어집니다.

살이 찌고 멍해지는 증상은 편두통과 별개가 아닙니다.
같은 신경-호르몬 축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겁니다.

편두통 예방,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까

편두통이 반복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수면의 질이 무너지면서 뇌의 흥분 역치가 낮아진 경우고,
어떤 분은 자율신경의 불균형이 뇌혈관 반응성을 높인 경우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서
신경계 자체가 과민한 체질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 세 경로는 서로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발프로산은 이 경로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흥분 신호 전체를 낮추는 방향으로만 작동합니다.

증상의 빈도는 줄어들 수 있지만,
왜 뇌가 과민해졌는지에 대한 질문은 남습니다.

이 질문을 그냥 덮어두면
약의 용량은 점점 늘고,
몸은 점점 더 느려지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살이 찌고 멍해지는 증상은 편두통과 같은 신경-호르몬 축에서 납니다.

지금 이 불편함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도 됩니다

살이 찌고 멍해지는 것을
“두통이 줄었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라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거래가 아닙니다.

신경계의 과민 구조 자체를 다루지 않은 채
억제제로 신호를 누르는 것은 임시방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임시방편이 길어질수록
몸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커집니다.

편두통을 뇌 과민 신호가 반복되는 구조의 문제로 본다면,
그 구조를 만드는 요소들—
수면, 자율신경, 호르몬 흐름—을 따로 살피는 방향이 존재합니다.

억제가 아닌 조율.
이 방향은 분명히 다른 접근입니다.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불편함이
굳이 영원히 감수해야 할 것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발프로산을 먹으면 왜 살이 찌나요?

A. 발프로산은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낮춰 대사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식사량이 크게 늘지 않아도 지방이 쌓이는 방향으로 대사가 바뀌기 때문에 체중이 서서히 증가하는 겁니다.

Q. 발프로산 복용 후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안 되는 이유는 뭔가요?

A. 발프로산이 뇌 전체의 억제성 신호(가바)를 높이면서, 편두통 회로뿐 아니라 사고·집중·기억을 담당하는 영역도 함께 둔해집니다. 이 인지 둔화는 착각이 아니라 약의 작용 기전에서 비롯된 실제 변화입니다.

Q. 발프로산을 갑자기 끊으면 두통이 더 심해지는 이유가 뭔가요?

A. 장기 복용 중에는 뇌가 억제된 상태를 기준으로 적응합니다. 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눌려 있던 흥분성 신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반동 과흥분이 생겨 두통이 이전보다 더 강하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Q. 편두통 예방약을 오래 먹으면 뇌에 영향이 남나요?

A. 장기 억제제 복용은 신경계가 억제 상태에 적응하게 만들어, 약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의 경우 갑상선 기능과 난소 호르몬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체중·감정·인지 변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Q. 편두통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따로 있나요?

A. 편두통의 반복 구조는 수면의 질 저하, 자율신경 불균형, 스트레스 호르몬의 장기적 상승 등 서로 다른 경로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뇌 흥분 신호를 일괄 억제하는 방식과, 이 경로들을 각각 살피는 방식은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