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뇌신경

편두통 예방약 먹는데도 왜 한 달에 열흘 이상 아픈 걸까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 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 변박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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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약을 성실하게 복용하고 있는데도,
두통이 줄기는커녕 점점 더 자주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이 맞지 않는 건가?”, “용량이 부족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약을 바꾸고, 또 바꾸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아 지쳐버리는 패턴이죠.

사실 이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은 약의 종류나 용량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예방약이 효과를 잃어가는 데는, 뇌 자체가 변해버리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거든요.

어떤 구조인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예방약을 써도 두통이 줄지 않을 때는, 뇌 자체가 변하고 있는 구조를 먼저 봐야 합니다.

예방약이 효과를 잃는 이유 — 중추 감작이 먼저입니다

편두통이 반복될수록 뇌 안의 통증 처리 체계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특정 자극이 있어야 두통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발작이 거듭되면, 뇌 중추 신경계 자체가 민감해져
점점 더 작은 자극에도, 심지어 별다른 자극이 없어도
통증 신호를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중추 감작‘이라 불리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가 진행되면, 예방약이 타겟으로 삼는 말초 경로들이
실질적인 통증의 발원지가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약은 예전의 회로를 막으려 하는데,
뇌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통증을 만들고 있는 거죠.
예방약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
여기서 출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약물이 겹칠수록 뇌는 오히려 더 예민해집니다

중추 감작이 진행된 상태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작동합니다.
바로 진통제나 두통약을 반복 복용할 때 나타나는 역설적 반응입니다.

한 달에 10일 이상 진통제를 사용하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약 자체가 두통의 발생 빈도를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이를 약물 과용 두통이라고 합니다.

통증이 와서 약을 먹는 것인데, 그 약이 다음번 통증을 더 빠르게 불러오는 구조입니다.

뇌가 약의 진통 효과에 적응해버리면,
약 성분이 빠져나가는 시점마다 반동성 두통이 찾아옵니다.
그 고통이 싫어서 또 약을 먹게 되고,
이 흐름이 반복되면서 두통 빈도는 한 달 절반을 넘기도 하죠.

예방약을 따로 먹고 있어도,
이 반동 구조가 함께 돌아가고 있다면
예방약의 효과는 그 아래에 묻혀버리게 됩니다.

문제는 약물 과용 두통은 진통제뿐 아니라,
트립탄 계열 편두통 특이 약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편두통 전용 약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면,
그 부분은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합니다.

두 가지 구조가 겹칠 때, 왜 빠져나오기 어려운가

중추 감작과 약물 과용 두통,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뇌는 이미 자체적으로 통증을 증폭시키도록 바뀌어 있고,
그 위에서 약의 반동 효과까지 두통 빈도를 밀어올립니다.

이 상태에서 예방약 하나를 추가하거나 용량을 올리는 방식으로는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습니다.

두통이 줄지 않으니 진통제를 더 쓰게 되고,
더 쓸수록 감작은 심화되며,
예방약은 더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는 흐름.

이 흐름은 약의 종류를 바꾼다고 끊기지 않습니다.
어떤 경로가 통증을 유지시키고 있는지,
그 경로에 실제로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흐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같은 통증이라도, “어디서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먼저 보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변박사한의원 원장 변성범

같은 두통이라도 통증이 만들어지는 경로는 사람마다 다르게 얽혀 있습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가 아닙니다

중추 감작은 한번 진행되면 돌이킬 수 없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감작 상태는 고정된 손상이 아니라,
뇌가 반복 자극에 반응해 만들어낸 ‘적응 패턴’에 가깝습니다.
적응으로 만들어진 것은, 조건이 바뀌면 되돌아가는 방향도 열려 있습니다.

약물 과용 두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접근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자주 아픈가”가 아니라,
“지금 뇌 어느 지점에서 통증 신호가 유지되고 있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달에 열흘 이상의 두통,
약이 듣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그 약이 왜 듣지 않는 상황이 됐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
그게 지금 가장 필요한 접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편두통 예방약을 먹는데도 두통이 줄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A. 예방약이 효과를 내려면 뇌의 통증 처리 체계가 어느 정도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중추 감작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는, 예방약이 타겟으로 삼는 경로 자체가 주된 발원지가 아니게 되어버려 약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Q. 약물 과용 두통이란 정확히 어떤 상태인가요?

A. 진통제나 편두통 특이 약물을 한 달에 10일 이상, 3개월 이상 반복 사용할 때 나타나는 두통입니다. 약 성분이 빠져나가는 시점마다 반동성 두통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려고 다시 약을 복용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두통 빈도가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Q. 트립탄 계열 편두통약도 약물 과용 두통을 일으키나요?

A. 네, 트립탄 계열 약물도 월 10회 이상 반복 사용하면 약물 과용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 진통제보다 기준 횟수가 조금 다르게 적용되기도 하지만, “편두통 전용 약이니까 안전하다”는 생각은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Q. 중추 감작은 한번 생기면 회복이 어려운가요?

A. 중추 감작은 구조적 손상이 아니라 뇌가 반복 자극에 반응해 만들어낸 적응 패턴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통증 발생 조건이 달라지면 감작 상태도 변화할 수 있으며, 완전히 고정된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Q. 편두통 빈도가 한 달에 열흘을 넘으면 만성 편두통으로 보나요?

A.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나타나고, 그 중 8일 이상 편두통 양상을 보이면 만성 편두통으로 분류합니다. 열흘 전후의 빈도라면 이 기준에 근접하거나 이미 해당할 수 있으며, 이 시점에서 약물 사용 패턴과 뇌의 감작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